Tuesday, October 18, 2011

"컨테이너서 공부… 교실 비좁아도 꿈은 크죠"

자선바자회 준비 한창, 재한몽골학교에 가다

재한몽골학교(서울 광진구 광장동, 이하 '몽골학교')란 곳이 있다. 몽골인이 몽골 방식으로 수업받을 수 있는, 전국에서 딱 하나뿐인 교육기관이다. 재학생은 1~9학년 80여 명. 학교라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처지다. 이들이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공간은 비좁기 짝이 없는 컨테이너 박스 세 개. 지난 17일 찾은 이곳에선 닷새 후로 다가온 자선바자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외국인 학교지만 본국 지원은 '제로(0)'… 대부분 후원금에 의존
“김연아랑 아이유가 불렀던 '얼음꽃' 부르자.”(인드라 양·5년)
“안 돼. 그럼 내 주 특기인 로봇춤을 못 추잖아.”(어치르수흐 군·4년)
“그럼 네가 시스타 '쏘쿨'에 나오는 웨이브라도 출 거야?”(아노다리 양·5년)
“남자가 어떻게 여자 춤을 춰!”(뭉그에르텐 군·4년)
“에이, 눈 한 번 딱 감고 공연을 위해 희생하시지!”(엥그자르갈 양·5년)
오 는 22일 열릴 몽골학교 자선바자회 '노래자랑대회 준비위원회' 회의의 열기는 뜨거웠다. 한국말 억양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남학생과 여학생이 편을 갈라 승강이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초등생들이었다. 이번 바자회는 몽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자선단체 나섬공동체가 주최하는 것. 수익금 중 일부가 교실 짓는 데 보태질 예정이다.
몽골학교가 세워진 건 지난 1999년, 나섬공동체를 이끌던 유해근 목사에 의해서였다. 나섬공동체는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먹거리와 쉼터를 제공하는 단체다. 이곳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던 유 목사는 어느 날, 공단 주변에서 뛰노는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발견했다. 대부분 맞벌이하는 부모를 따라 집을 나선 후 부모 일터 근처를 서성이던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갈 형편도, 끼니 챙겨줄 어른도 없는 이들 중엔 유난히 몽골인 이주 가정 자녀가 많았다. 유 목사가 몽골학교를 세운 건 그 때문이었다.
기사 이미지 몽골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쓰는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가운데 사진). 왼쪽 아래 사진은 컨테이너 내부. 오른쪽 사진은 바자회에서 열릴 노래자랑 연습에 한창인 학생들의 모습. / 최민지 기자·몽골학교 제공 , 일러스트=나소연 기자 sywithone@chosun.com
대부분의 외국인 학교는 본국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몽골학교는 몽골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 학생들은 월 6만~8만원의 수업료를 직접 부담한다. 나머지 운영 비용은 모두 후원금으로 메워진다.
◆부족한 교사·단조로운 과목… “그래도 차별당하는 것보단 나아”
몽 골학교 학생들은 좁고 불편한 교실말고도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대표적인 게 툭하면 바뀌는 선생님. 2011년 10월 현재 몽골학교의 수업은 몽골에서 파견 온 현지인 선생님 10여 명과 임시로 채용된 시간 강사 20여 명, 봉사자 50여 명이 이끌고 있다. 솝드마 양(4년)은 “우리 학년 아이들은 체육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번 학기엔 체육 선생님이 없다”고 말했다.“ 새 선생님을 구하는 중이라곤 하는데 언제쯤 구해질진 알 수 없대요.”
수업 과목도 단조로운 편이다. 배 사르나 양(4년)은 한국 학교에 다니다 지난해 몽골 학교로 전학 왔다. “한국 학교에 다닐 땐 생활의 길잡이 시간이 재밌었어요. 다양한 실험으로 진행되는 과학 시간도 흥미로웠고요. 물론 여기선 몽골어를 배울 수 있어 좋지만 한국 학교에서 받은 수업을 경험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워요.”
운 동장이 없는 점도 여간 불편하지 않다. 몽골학교 아이들은 축구 등 단체운동이라도 한 판 하려 하면 15분씩 걸어 아차산 배수지까지 나가야 한다. 어치르수흐 군은 “가까운 광장초등학교나 중학교 운동장을 쓸 땐 여유 있게 경기 할 수 없고, 매번 배수지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이 몽골학교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친구들의 차별'이다. 한은령 몽골학교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학생 중 몇몇은 한국 학교로 옮겼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내 되돌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 아이들은 '생김새가 한국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당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내다 보니 성적도 뒤처지죠.”
몽골학교는 좀 더 많은 이들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장 손쉬운 건 전화(02-3437-7078)로 '몽골학교 돕기 모금 저금통'을 신청, 이곳에 돈을 모아 보내는 것. 홈페이지(www.mongolschool.org)에 접속하면 좀 더 자세한 후원 요령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장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바자회장을 찾는 것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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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바자회 준비 한창, 재한몽골학교에 가다

재한몽골학교(서울 광진구 광장동, 이하 '몽골학교')란 곳이 있다. 몽골인이 몽골 방식으로 수업받을 수 있는, 전국에서 딱 하나뿐인 교육기관이다. 재학생은 1~9학년 80여 명. 학교라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처지다. 이들이 공부하며 꿈을 키우는 공간은 비좁기 짝이 없는 컨테이너 박스 세 개. 지난 17일 찾은 이곳에선 닷새 후로 다가온 자선바자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외국인 학교지만 본국 지원은 '제로(0)'… 대부분 후원금에 의존
“김연아랑 아이유가 불렀던 '얼음꽃' 부르자.”(인드라 양·5년)
“안 돼. 그럼 내 주 특기인 로봇춤을 못 추잖아.”(어치르수흐 군·4년)
“그럼 네가 시스타 '쏘쿨'에 나오는 웨이브라도 출 거야?”(아노다리 양·5년)
“남자가 어떻게 여자 춤을 춰!”(뭉그에르텐 군·4년)
“에이, 눈 한 번 딱 감고 공연을 위해 희생하시지!”(엥그자르갈 양·5년)
오 는 22일 열릴 몽골학교 자선바자회 '노래자랑대회 준비위원회' 회의의 열기는 뜨거웠다. 한국말 억양이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남학생과 여학생이 편을 갈라 승강이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초등생들이었다. 이번 바자회는 몽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자선단체 나섬공동체가 주최하는 것. 수익금 중 일부가 교실 짓는 데 보태질 예정이다.
몽골학교가 세워진 건 지난 1999년, 나섬공동체를 이끌던 유해근 목사에 의해서였다. 나섬공동체는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먹거리와 쉼터를 제공하는 단체다. 이곳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던 유 목사는 어느 날, 공단 주변에서 뛰노는 한 무리의 어린이들을 발견했다. 대부분 맞벌이하는 부모를 따라 집을 나선 후 부모 일터 근처를 서성이던 아이들이었다. 학교에 갈 형편도, 끼니 챙겨줄 어른도 없는 이들 중엔 유난히 몽골인 이주 가정 자녀가 많았다. 유 목사가 몽골학교를 세운 건 그 때문이었다.
기사 이미지 몽골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쓰는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가운데 사진). 왼쪽 아래 사진은 컨테이너 내부. 오른쪽 사진은 바자회에서 열릴 노래자랑 연습에 한창인 학생들의 모습. / 최민지 기자·몽골학교 제공 , 일러스트=나소연 기자 sywithone@chosun.com
대부분의 외국인 학교는 본국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몽골학교는 몽골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 학생들은 월 6만~8만원의 수업료를 직접 부담한다. 나머지 운영 비용은 모두 후원금으로 메워진다.
◆부족한 교사·단조로운 과목… “그래도 차별당하는 것보단 나아”
몽 골학교 학생들은 좁고 불편한 교실말고도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대표적인 게 툭하면 바뀌는 선생님. 2011년 10월 현재 몽골학교의 수업은 몽골에서 파견 온 현지인 선생님 10여 명과 임시로 채용된 시간 강사 20여 명, 봉사자 50여 명이 이끌고 있다. 솝드마 양(4년)은 “우리 학년 아이들은 체육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번 학기엔 체육 선생님이 없다”고 말했다.“ 새 선생님을 구하는 중이라곤 하는데 언제쯤 구해질진 알 수 없대요.”
수업 과목도 단조로운 편이다. 배 사르나 양(4년)은 한국 학교에 다니다 지난해 몽골 학교로 전학 왔다. “한국 학교에 다닐 땐 생활의 길잡이 시간이 재밌었어요. 다양한 실험으로 진행되는 과학 시간도 흥미로웠고요. 물론 여기선 몽골어를 배울 수 있어 좋지만 한국 학교에서 받은 수업을 경험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워요.”
운 동장이 없는 점도 여간 불편하지 않다. 몽골학교 아이들은 축구 등 단체운동이라도 한 판 하려 하면 15분씩 걸어 아차산 배수지까지 나가야 한다. 어치르수흐 군은 “가까운 광장초등학교나 중학교 운동장을 쓸 땐 여유 있게 경기 할 수 없고, 매번 배수지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들이 몽골학교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친구들의 차별'이다. 한은령 몽골학교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학생 중 몇몇은 한국 학교로 옮겼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내 되돌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 아이들은 '생김새가 한국인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당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내다 보니 성적도 뒤처지죠.”
몽골학교는 좀 더 많은 이들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가장 손쉬운 건 전화(02-3437-7078)로 '몽골학교 돕기 모금 저금통'을 신청, 이곳에 돈을 모아 보내는 것. 홈페이지(www.mongolschool.org)에 접속하면 좀 더 자세한 후원 요령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광장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바자회장을 찾는 것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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